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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3주가 지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고 새 내각도 구성되지 않았지만 계엄과 탄핵에 따른 공백을 메우고 혼란을 수습하며 비교적 빠르게 국정의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적극 지지한 유권자의 상당수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쪽은 “내란 동조 세력에 40% 넘는 지지를 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한숨을 내쉬고, 다른 한쪽은 “어떻게 전과 4범이자 거짓말쟁전환우선주
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개표 결과는 선거 전 여론조사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상식적인 유권자라면 예상했을 테고 납득할 만했다. 편향된 유튜브 콘텐츠에 깊이 빠졌거나 비슷한 성향끼리 에스엔에스(SNS)를 주고받던 사람들만 뭔가 잘못됐다고 여겼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산타넷
탓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들과 판이한 현실에 맞닥뜨리면 인지 부조화가 발생한다. 그동안 축적해온 정보가 틀렸다고 인정하고 현실에 맞게 생각을 바꾸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은 현실을 부정하며 온갖 핑계를 찾아 자기합리화에 매달린다.
어떤 민주당 지지자들은 “언론이 제대로만 보도했어도” 혹은 “검찰이나 경찰 등이 내란을 함투
제대로 수사했다면”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결과에 대한 냉철한 분석보다 희망 섞인 가정을 앞세우는 태도는 인지 부조화에 따른 불편함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민의힘 지지자 일부는 “민노총(민주노총) 산하 언론들이 문제”라거나 “조중동에도 좌파들이 침투해 있다”며 언론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나 이준석야마토 동영상
개혁신당 후보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보수 성향 유권자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결과에서도 보수 유권자가 진보 유권자보다 기존 언론을 불신하며 유튜브에 빠지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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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별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보수 63%, 중도 51%, 진보 43%로 나타났다. 뉴스 전반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진보(36%), 중도(31%), 보수(27%) 순인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보수(47%), 진보(37%), 중도(25%) 순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조중동 절독” 구호가 난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요즘 레거시 미디어(전통 언론)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만나지 않고 조기 귀국한 것을 두고 보수 유튜브나 에스엔에스에서는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넘쳐난다. 일부 대목만 잘라낸 뒤 각국 정상들이 이 대통령을 따돌림한 증거라고 내세우는 영상도 돌아다닌다. 하지만 조선일보마저도 ‘외교무대 성공 데뷔 李(이)’란 제목을 달아 이 대통령 순방 소식을 보도하는 상황이다.
인지 부조화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에 드는 누리집,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에만 열광하지 말고 신뢰도 높은 매체와 다른 관점의 정보도 두루 챙겨봐야 한다.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크면 당사자도 괴롭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다. 건강한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을 위해 사회와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