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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 처방받으려면 1시간 대기하셔야 해요. 오늘은 예약 환자만 가능합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병·의원 대기실, 이날 한국에 풀린 새로운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처방받으려는 환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일부 의원은 ‘예약 환자만 가능’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었고, 접수창구에서는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린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국내 공급 첫날인 데다 공식 처방일 하루 전이었지만 환자들이 몰리면서 현장은 혼잡했다.
이날부터 병·의원과 약국에 마운자로가 공식 공급됐지만 이벤트 진행 초도 물량은 충분치 않았다. 유통업체가 각 병원에 주문량의 일부만 공급하면서 일부 의료기관은 예약 환자 위주로 처방을 제한했다. 종로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물량이 많지 않아 예약한 환자만 먼저 받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다른 정형외과에서도 “적어도 한 달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다”고 안내했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가 중소기업확인 격은 2.5㎎ 32만~36만원, 5㎎ 42만~46만원 선이었다. 경쟁 약물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0.25㎎ 저용량이 25만~28만원 수준이고 최고 용량인 2.4㎎은 39만~42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저용량 기준으로는 위고비가 더 저렴하지만, 고용량으로 갈수록 마운자로와의 가격 격차는 크지 않다. 두 약물의 용량이 다르지만, 모 소상공인진흥원 두 한 달분 기준이다.
현재 국내에는 마운자로 2.5㎎, 5㎎까지만 도입됐다. 7.5~15㎎ 이상 고용량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으며, 가격도 미정이다. 일각에서는 고용량이 50만원 수준까지 책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1, 2단계 수준의 저용량을 투여할 환자들은 위고비가 저렴하지만 고용량으로 갈수록 마운자로 코아스 가 저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를 쓰던 환자들 중 마운자로 전환을 고민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40대 김모 씨는 “위고비 치료를 시작할 때는 체중이 30kg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한 자릿수밖에 줄지 않아 실망했다”며 “마운자로 공급이 안정되면 바꿔볼 계획”이라고 했다.
예금보험공사 이규원 종로연세의원 대표원장은 “위고비 최대 용량에서도 효과가 부족한 환자는 마운자로 10㎎를 사용하면 5% 추가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며 “저용량부터으로 위고비를 먼저 쓰고, 효과가 부족할 경우 마운자로를 처방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원장은 또 “위고비는 GLP-1 단일 기전이지만, 마운자로는 GIP라는 호르몬 작용이 추가돼 있다”며 “위고비가 잘 듣지 않던 환자에게 마운자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운자로는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주 1회 주사제로, GLP-1 수용체뿐 아니라 GIP 수용체까지 동시에 자극해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국내 시장을 선점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GLP-1 단일 작용제라면, 마운자로는 ‘이중 작용제’로 차별화된다. 위고비는 임상시험에서 약 15%의 평균 체중 감소를 보였고, 마운자로는 최대 22%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위고비가 시장 점유율을 73%까지 확대한 가운데, 마운자로가 어떤 경쟁 구도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가격 설정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구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약물 모두 “구토와 구역감 등이 부작용으로 보고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