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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이름도 생소하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키르기스스탄Kyrgyzstan! 국토의 80% 이상이 해발 2,000m 이상인 곳에서도 가장 높은 파미르Pamir고원으로 간다. 키르기스는 나라의 근간이 되었던 '40개 부족'을 뜻하고, 스탄은 '땅'이라는 뜻이다. 명색이 여행가인데 이 나라의 수도 '비슈케크'도 생소했고, 제2의 도시 '오쉬Osh'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고원에 대해서도 히말라야-텐샨-힌두쿠시-카라코룸 같은 세계 최상한가매매기법
대 산맥들이 사방에서 모여 '산의 구름'을 이루는 곳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평균 해발 5,000m인 파미르고원에서 두 번째로 높은 레닌봉(7,134m) 아래의 트래블러스 고개(4,150m)가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세계 최고의 숭고한 풍경을 알현한다니 며칠 전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두근거렸다.
이번 여행은체리마스터 다운
카자흐스탄 항공사 에어 아스타나Air Astana의 알마티-오쉬 신규 취항에 따라 오쉬 여행지를 홍보하기 위한 초청 여행이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아스타나 항공은 넓은 태블릿 화면과 정성스런 소품 파우치, 긴 컵에 가득 따라주는 와인 맛이 일품인 것으로 유명하다. 돌아올 때 비즈니스 좌석에 앉는 행운도 누렸다. '작은 궁전의 왕자'가골드몽게임
된 기분이었다. 인천에서 알마티까지 7시간, 알마티에서 오쉬까지 1시간의 비행 끝에 키르기스스탄에 첫발을 내딛자, 빨간 전통의상을 입고 빵과 꿀 쟁반을 든 소녀를 앞세운 가무단이 환영 연주를 했다.



술레이만산. (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키르기스스탄인의 성지. 가운데스마트폰주식거래이벤트
하얀 구조물은 동굴박물관. 사진 다스탄. (아래 왼쪽)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술레이만산. (아래 오른쪽) 일곱 번 미끄러지면 병이 낫는다는 바위에서 미끄럼을 타는 사람.


키르기스스탄인들은 원래 시베리아와 바이칼호수 주변을 떠돌다가, 다른 민족의 지배를 피해 대이동을 하여 이곳에 정착했다. 텐샨산맥황금성동영상
과 파미르고원에 막혀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아무도 없었을 이 높고 험한 산악지대에서 이들은 말과 양을 몰고 다니는 유목민으로 평화롭게 살았고, 이들이 다닌 길은 동서가 교류하는 실크로드가 되었다. 비단만 오고가면 좋았으련만 이 길로 외부 세력이 쳐들어오고, 19세기 러시아가 진출해 그들의 지배를 받았다.
그럼에도 키르기스스탄인들은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생존시켜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가를 세웠다. 3,000년 이상을 '부족'으로 떠돌다가 '국가'를 세웠으니 이스라엘에 버금가는 건국 스토리다. 우리가 키르기스스탄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인구 구조다. 60대 이상은 7.5%에 불과하고, 10대 이하가 23.5%에 이른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아이들이 깔깔대며 다녀 나라의 미래가 밝다.



오쉬의 이모저모. (위) 키르기스스탄의 전통복장을 한 가무단. (아래 왼쪽) 오쉬 재래시장의 견과류 상점. (아래 오른쪽) 거리에서 쿠미스를 파는 부녀자들. 쿠미스는 말의 젖으로 만든 발효음료.


3,000년 역사의 오아시스, 오쉬
인구 30만의 오쉬는 3,000년 역사의 유서 깊은 도시다. 첫 번째 여행지는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술레이만Suleiman산이다. 이곳에서 발견된 조각물 연대가 3,000년이 넘었고, 솔로몬과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전설이 깃들어 있어 산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산 중턱의 동굴박물관은 역사공부의 장이자, 뜨거운 햇빛을 피하는 시원한 장소로도 그만이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다녀서 반들반들해진 돌계단을 20분쯤 올라선 정상에서 시내를 내려다본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시가지가 낮게 엎드려 있어 3,000년 역사의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했다. 가이드 타티아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오아시스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잦았고, 칭기즈칸이 쳐들어와 도시를 완전히 무너뜨렸어요. 근본적으로 유목 민족이라 오래 정착할 건물을 짓지 않았어요."



키르기스스탄의 전통음식. 담백한 둥근 빵과 고소한 보로소크 빵 그리고 야채와 치즈, 화덕에서 구워낸 커다란 난naan 빵, 쁠롭plov-고기와 달걀을 얹은 볶음밥, 쇼르포shorpo-고기·감자탕.


오쉬의 두 번째 핫플레이스는 재래시장 바자르다. 옛 모습 그대로 양철 지붕 아래 옹기종기 다닥다닥한 상점마다 컬러풀한 과일과 풍성한 견과류와 빵빵한 빵들이 가득하다. 청정한 고산지대의 야생화로 만든 꿀과 당도 높은 포도로 만든 코냑은 세계품질대회에서 1~2위를 다투는 명품이다. 이 시장이 얼마나 유명한지 수도 비슈케크에도 '오쉬 바자르'가 있다.
오쉬 거리는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지나치는 사람 중 악당 얼굴은 없다. 내가 빤히 쳐다보면 그들이 먼저 눈길을 돌린다. 남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스타일이고, 대부분 히잡을 쓴 여자들은 다소곳한 이미지다. 배꼽티를 입고 다니는 소녀도 보았다.
키르기스스탄인들의 주식은 빵과 고기다. 양고기와 염소고기는 매일 먹고, 말고기는 명절이나 혼례 때 먹는 귀한 음식이다. 도로에는 현대·기아·대우 마크가 찍힌 소형차가 많고, 슈퍼마켓 점원은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까 "케이팝K-pop, 케이 드라마K-drama!" 하면서 활짝 웃었다.



양떼와 함께 가는 하이웨이. 행군의 앞과 뒤에서 어른 목동이 대열을 이끌고, 중간에는 소년 목동이 개와 함께 대열이 흩뜨러지지 않도록 바쁘다.


높고 기분 좋아서 파미르 하이웨이!
오쉬를 벗어나 파미르고원으로 향한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장거리 미니버스인 마주르카를 타고 6시간을 달려 사리타쉬나 사리모굴 마을에서 내린다. 여기서 CBTCommunity Based Tourism(관광안내단체)를 찾아가 차량을 빌리거나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임대해 비포장길 30km를 돌파해서 레닌봉 베이스캠프, 또는 툴파르크호수의 유르트로 간다. 광활한 초원에 이정표 없는 갈래 길이 많아서 운전사를 동반한 차량을 임대하는 것이 좋다.
도로번호 M41 파미르 하이웨이는 오쉬에서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까지 장장 1,200km를 달려간다. 이 하이웨이는 고속도로가 아니다. 대부분 비포장 비탈길이면서 해발 3,000~4,000m 고지를 넘나드는 운전 난이도 최상급인 길이다. 눈부신 빙하와 설산, 거친 강과 협곡, 그림 같은 호수와 초원 등 외계에 온 듯한 풍경을 지나가며 최상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랜드캐니언처럼 무너지는 절벽. 토양에 철 성분이 많아 '녹슨 기차'처럼 보인다.


이 길은 양, 말, 소 등 가축의 길이기도 하다. 그들의 행군 대열에 차량이 살살 접근하면서 경적을 울리면 못 들은 체하다가 슬슬 비켜 준다. 접촉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책임이니, 도로의 주인은 동물이다.
오쉬 시내를 벗어나니 미루나무가 쭉쭉 뻗은 도로변으로 유채꽃이 만발한 노란 벌판과 초록빛 구릉이 번갈아 나타난다. 바다 같은 초원에 흩뿌려진 검은 점들은 가축이다. 스르륵 지나가는 영화 장면 같다. 주연은 자연과 동물이고, 인간은 조연일 뿐이다. 산비탈에 수평으로 새겨진 미세한 주름들이 뭔가 했더니 말이 풀을 뜯으며 낸 촘촘한 길이다. 그 주름이 비탈을 무너지지 않게 하면서 계속 풀이 나니, 말은 초원의 관리자다.



컬러풀한 무지개 산. 시기마다 다른 물질들이 퇴적되어 줄무늬가 생기고, 옆에서 압력을 받아 산이 옆으로 기울었다.


지질 교과서이자, 풍경 전시장
해발이 높아지면서 울룩불룩한 갈색·황토색·붉은색 산악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은 풍경의 전시장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옮겨온 듯한 붉은 강기슭을 지나, 월출산처럼 우람한 바위산에서 흘러내리는 너덜지대를 통과한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왼쪽은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같은 겹겹의 절벽이 이어지고, 오른쪽은 제주도 오름처럼 봉긋봉긋한 언덕이다.
양쪽 창밖에 정반대 풍경을 두고 버스는 달린다. 도로는 급경사를 피해 산허리를 빙 둘러 올라가고, 차량들은 깔딱고개를 올라서며 짐승처럼 숨을 몰아쉰다. 그 끝에 해발 3,615m의 탈딕고개Taldyk Pass 가 있다.



탈딕 고개. 언제 돌무더기가 떨어질지 모를 급경사 커브를 기다란 컨테이너 차량들이 헐떡이며 올라선다. 멀리 설악산의 공룡능선 같은 바위산이 우뚝하다.


나는 차를 타고 편안하게 넘지만, 1,200년 전에 파미르고원을 걷던 혜초 스님이 '길은 거칠고 산에는 엄청난 눈이 쌓였네/ 새는 깎아지른 절벽에 놀라고/ 평생 울지 않던 나도 천 줄의 눈물을 흘렸다'고 탄식한 곳이 이 고개 아니었나 싶다. 신라 경주를 떠나 열아홉의 나이에 인도와 중앙아시아 오지를 2만km 이상 걸은 혜초 스님은 도보여행자들의 영원한 우상이다.
고개를 넘어서니 이곳도 선경의 연속이다. 민둥산에 조각된 갈색의 바위 절벽들은 겸재가 그린 금강산의 한 조각 같다. 세계 3대 미봉이라고 불리는 피츠로이산의 꼭대기를 옮겨온 듯한 뾰족바위를 보았는데, 버스가 구불구불 돌아가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놀라 자빠질 지경인데 이런 풍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버스는 무심히 달린다.



아! 드디어 파미르고원. 지나온 길은 한여름이었고, 파미르의 산은 한겨울이다. 그 아래에 초록 봄이 펼쳐져 있다. 저 소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풍경 밖에 있던 몸이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신성한 기운 감도는 고원의 심장
고개를 내려서면 곧 사리타쉬마을이다. 평지로 보이지만 해발 3,170m의 고원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중국, 남쪽으로 가면 타지키스탄 국경이 가까운 삼거리 마을이다. '국제 교통마을'인데, 소박하게 지은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마을 풍경은 헐겁고 한산하다.
동쪽으로 알라이산맥이 하얗게 흘러가는 원경을 조망하면서, 남쪽으로 끝없는 평원을 가르는 도로는 적막하고 외롭다. 그래서 옆으로 낮은 전봇대들이 함께 간다. 곧 키르기스스탄의 최남단 마을 사리모굴에 닿는다. 사리타쉬와 마을 풍경이 같다. 마을을 지나 드디어 파미르 하이웨이를 벗어난다. 왼쪽의 샛길로 빠져나가 황톳물이 쏟아지는 키질수Kyzyl suu강을 건너 비포장길에 들어서면, 그곳부터가 본격적인 파미르고원이다.



파미르의 경계병 마못marmot. 굴에서 나와 미나리아재비 꽃밭에 몸을 숨긴 마못. 사람이 다가가면 '끽, 끼익~' 날카로운 경계음을 낸다.


파미르 가장자리에 발을 딛고 고개를 든다. 황량한 벌판 위에 끝없는 구릉이 펼쳐져 있고, 멀리 설산 연봉들이 병풍처럼 떠있다. 초록 초원에서 수많은 양, 말, 소들이 마음껏 풀을 뜯고 있다. 야크 무리도 보인다. 그들은 초원의 이발사다. 넓디넓은 초원의 풀잎들 키가 똑같다.
마못marmot 몇 마리가 여러 구멍에서 고개를 쏙 내밀어 "끽, 끼익"하며 경계음을 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늑대와 눈표범도 있을 것이다. 노을이 지고 있는 사위는 너무 고요해서 땅과 하늘에 신성한 기운이 감돈다. 파미르는 '태양신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는 '파미르Far Mir, 머나먼 성지'라고 말을 만들어 본다.



파미르 고원의 야크yak. 야크는 고산지대의 추위에 적응한 소다. 야크의 젖과 털, 가죽, 고기, 그리고 짐 운반능력은 유목민들에게 필수적이다. 가축 야크는 많지만, 야생 야크는 멸종위기에 있다. 사진 타티아나


울퉁불퉁한 오프로드 30km를 달려 드디어 레닌봉 베이스캠프(3,600m)에 도착했다. 계곡이 삼각주처럼 펼쳐진 저지대 구릉 위에 캠프 시설이 납작 엎드려 있고, 그 위에 커다란 설산이 시야에 가득하다. 땅에서 솟았다기보다는 하늘에서 내려온 산이다.
저물녘, 미명微明은 사라지고 대지는 곧 어둠 속으로 잠겼다. 지상에는 하얀 유르트들만 우주선처럼 남았다. 슬슬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면서 몸이 둔해진 사람들이 우주인처럼 천천히 우주선으로 들어간다. 유르트 숙소는 이 오지에서는 별 다섯 개 호텔이다. 전기난로가 있고, 수세식 화장실에 샤워실까지 있다. 비록 전기 공급이 제한되어 뼛속 깊은 추위에 떨 때도 있지만.
아늑한 유르트로 들어갔지만,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운 고산병에 밤새 시달렸다. 그러나 고통 끝의 선물처럼, 다음날 아침에 어마어마한 풍경을 앞에 두고, '혹시 내가 죽은 것은 아닐까'하는 비현실적인 천국의 풍경 앞에서 숨을 쉴 수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베이스캠프 숙소. (위) 속텐트가 설치된 이중 텐트. 1인 30달러 조식 포함. 사진 져니 (아래) 유르트 숙소. 1인 60달러 조식 포함.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