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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화화학산업의 중심지였던 여수가 흔들리고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이하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이 공급과잉과 경기침체, 탈산소 등 삼중고 여파로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단 내 굴지의 석유화학사로 손꼽히던 '여천 NCC'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정부 중재안까지 나오며 한숨 돌렸지만, 남아 있는 1조 원대 빚과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해 산단 내에는 암울한 기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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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여천NCC 제1공장 입구. 공정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으나 3공장 여파 등으로 적막하고 한산한 분위기가 감돈다.


지난 21일 오전 찾은 여수산단 여천NCC 제3공장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화인텍 주식
배어 나왔다.
지난 8일부터 공정을 중단한 까닭에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오가는 이가 드물었으며 경비원 두 명만이 삼엄하게 문을 지키고 섰다. 이번 가동 중단은 석화산업 시황 악화에 따른 임시 대응 조치다.
공장 외곽을 몇 바퀴 돌며 내부를 관찰하자 작동을 멈춘 파이프라인, 엔진을 끈 에틸렌 공정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양귀비예시
현장에는 연기 한 점 뿜지 않는 굴뚝 수십 구가 목을 길게 내뺀 채 방치돼 있었으며 내부 시설을 돌아다니는 작업자는커녕 인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실상 석화화학산업의 '시동'이 꺼진 셈. 정문에서 만난 경비원은 "공장 정문을 타 업체(DL케미칼)와 함께 쓰는 까닭에 주차 차량 대부분이 여천NCC가 아닌 타 업체 직원들의 소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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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앞 도로로 나와보니 '임시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가용이 즐비했던 이면도로마저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총 750여m에 달하는 여수산단2로를 가로지르면서 마주한 주차 차량은 고작 세 대에 불과했다.
여천NCC 관계자는 "4년여 기간 동안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 만큼 직원들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왔지만 이번에는 상황반도체주
이 정말로 심각하다"며 "중재안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정부가 강경·유화책을 동시에 쓰는 까닭에 걱정이 깊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설비를 가동 중인 제1공장으로 자리를 옮겨 봤다. 이곳에서는 3공장에서 마주했던 적막한 풍경과는 달리 출입구를 오가는 차량, 인파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다만 점심시간 문밖으로 나온 근로자들의 표정을 보니 활력을 잃은 채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날 제1공장 입구(정문)에서 만난 여천NCC 소속 A씨는 "사실 가족과 미래를 생각하면 인터뷰할 기분이 아니다. 한때 나프타 분해나 에틸렌 분야 등에서 석화화학 업계를 선도해 '신의 직장'이라 불렸던 것도 이제 옛말 같아 씁쓸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정직원이나 원청 소속은 그나마 전환 배치를 한다지만 이 또한 미봉책에 가깝고, 촉탁직과 사내 하청 노동자는 라인 축소를 말미암아 '해고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돼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여수산단 불황은 인근 상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산단 근로자들이 인근 카페를 찾았으나 고용 불안, 장기 불황 등으로 인해 걱정 가득한 모습이었다.





근로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점심시간, 인근 상가를 지나다니는 이가 드물 정도로 한산했다.


여천NCC공장 인근에 도시락을 배달하던 한 업체는 "공장이 문을 닫자 월 수익이 절반에 조금 못 미치게 빠져나가 놀랐다"며 "물론 '산단'인 만큼 다른 공장으로 배달을 늘려 수익을 충당하고 있지만, 불황의 여파로 언제 거래가 끊길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산단에서 1km가량 떨어진 상가 단지 또한 한기가 감돌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작업복을 갖춰 입은 근로자 4~5명이 카페에 들어섰음에도 웃음기라곤 찾아볼 순 없었다.
김종호 여천NCC노동조합 지회장은 "제3공장 가동 중단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불이 꺼져버려 당장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해도, 향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추가 개편에는 강력히 반대한다"며 "조속히 소통의 물꼬를 트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서 더 큰 피해를 보는 근로자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글·사진=최류빈기자 rubi@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