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부산여성단체연합 성명서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1908년 3월 8일,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은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용감하게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여성도 인간임을, 한 명의 시민임을, 정치적인 권리가 박탈당한 채 살아갈 수 없음을.

살인적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착취와 폭력에 맞선 ‘여성들의 봉기는 곧 인류의 봉기’였다.

3월 8일은 여성들이 거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112년이 지난 오늘,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불평등은 여전하다.

 살인사건, 성폭력, 가정폭력, 성착취, 사이버 성폭력과 데이트폭력, 불법촬영 범죄에 이르기까지 극심하고

잔혹한 범죄의 피해 대상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동등한 인간으로서 대우받지 못한 채 여성들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생존과 존엄성의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 역시 급격한 고도성장을 이루고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중심에는 장시간의 노동과

저임금을 견디며 희생한 여성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역사 속에 지워지고 남은 건

 OECD 기준 성별임금격차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이다. 양육과 돌봄 노동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만

 전가된 가운데, 여성들은 채용차별, 승진차별에 경력단절이라는 악순환 속에 빠져 있다.

이렇듯 여성들에 대한 사회 전 영역에 걸친 불평등의 구조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입법과 행정, 사법 전 영역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1948년 제정헌법에서 남녀의 평등한 참정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현실은 어떠한가. 21대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은 고작 17%로

전 세계 평균 24.3%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외교협회가 발표한 ‘여성파워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적 평등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조사대상 193개국 중 124위로 나타났다. 심지어 현 시점에서 각 정당의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 비율은 전국 16~18%에 불과하며 부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1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이 20대 국회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제는 번번이 국회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광장에서 소리쳐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여성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직접 여성의제를 국회에서 바꾸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당시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 했던

올랭프 드 구즈의 말처럼 여성들은 이제 동수 민주주의 정치 실현을 통해 정치, 경제, 일자리, 보육 등

각 종 분야에서의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놓인 우리 여성들은 말한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 남성카르텔로 무장한 이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 이 사회의 모든 가부장적 제도를 부수고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힘으로 다시 일어나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요구한다.

1.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임을 선언한다!

1.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 동수 민주주의 실현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1. 성별임금격차 해소하고, 성차별 문화를 개선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2020년 3월 6일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부산여성단체연합 단체 일동
(사)부산여성회,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 (사)부산성폭력상담소, (사)부산여성장애인연대,

 (사)부산여성의전화,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부산한부모가족센터